[월드컵] 모로코 ‘4강 신화’와 뜻밖의 ‘홈 어드밴티지’
모로코가 아프리카 국가 최초, 아랍 국가 최초로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같은 아랍권에서 월드컵이 치러진다는 ‘뜻밖의 홈 어드밴티지’도 작용했다.
모로코는 11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앝투마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1-0 승리를 거뒀다.
4강 신화가 완성됐다. 모로코는 조별리그 F조에서 크로아티아, 벨기에 등 유럽의 강호들과 한 조에 배정되며 16강 진출조차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모로코는 이를 비웃듯 크로아티아와 비기고 벨기에를 꺾는 등 2승 1무, 조 1위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돌풍은 끝나지 않았다. 16강에서 만난 스페인을 특유의 깊은 수비로 무력화시킨 뒤 승부차기에서 야신 부누의 ‘선방쇼’에 힘입어 아랍 국가 최초 8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뒤이어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반 42분 유세프 엔네시리의 귀중한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아프리카 국가 최초 4강 진출의 대업을 완성했다.
위대한 기록이다. 아프리카는 지금까지 카메룬(1990), 세네갈(2002), 가나(2010)가 8강에 오른 적은 있었지만 어느 팀도 4강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었다. 아랍 국가 중에서는 4강은 커녕 8강조차 진출했던 나라가 없었다. 모로코는 이 모든 역사를 새로 쓰며 4강 신화를 이룩했다.
모로코 감독과 선수들의 수훈이다. 지난 9월 바히드 할릴로지치 감독의 후임으로 온 왈리드 레그라귀 감독은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며 모로코를 ‘원팀’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로맹 사이스, 아슈라프 하키미, 소피앙 암라바트 등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시너지가 터지면서 모로코는 레그라귀 감독 부임 후 8경기에서 ‘7경기 무실점’으로 통곡의 벽이 됐다.
여기에 ‘뜻밖의 홈 어드밴티지’까지 있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아랍 국가에서 치러진 최초의 월드컵이다.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가운데 모로코는 유일하게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한 아랍 국가였다.
자연히 아랍이 하나가 됐다. 영국 ‘가디언’은 모로코를 응원하는 아랍인들을 조명하며 “이집트인, 요르단인, 이라크인, 예멘인이 모두 모로코를 응원하기 위해 카타르에 왔다”면서 “때때로 모로코가 이 대회를 주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역시 “도하의 많은 카타르, 사우디, 튀니지 팬들이 토너먼트에 남은 마지막 아랍 팀 모로코를 지지하기 위해 결집하고 있다”며 카타르에 뭉친 아랍 축구팬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경기장에서도 아랍의 힘이 느껴졌다. 모로코의 8강전에서 팬들은 포르투갈이 공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보내고, 모로코 선수들에게 힘찬 응원을 전했다. 영국 ‘BBC 라디오 5’는 “이 경기장의 소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다”라며 아랍 축구팬들의 열기를 칭찬했다.
그렇게 모로코가 대이변을 연출했다. 감독의 적절한 전술과 선수들의 뛰어난 역량에 더해 아랍 축구팬들의 의지가 하나로 모여지며, 모로코는 그 어떤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도 이룩하지 못했던 4강 신화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