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보고 싶습니다” 故유상철 감독에게 수상 영광 바친 ‘영원한 제자’
“‘잘 커 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실 것 같아요.”
설영우(23·울산현대)가 고(故) 유상철 감독을 떠올렸다.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의 영예를 안은 직후다. 설영우는 “하늘에서 보고 계시겠지만,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시자, 영원한 스승님이신 유상철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수상의 영광을 유 감독에게 돌렸다.
프로 2년차인 설영우가 올해 6월 세상을 떠난 유 감독을 떠올린 건, 앞서 울산대 시절 사제의 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현대고 졸업 후 울산대에 진학한 그는 당시 울산대 사령탑이던 유 감독과 처음 만났다. 설영우 스스로 많은 것을 배웠던 시기라고 돌아볼 정도로 유 감독과의 만남은 의미가 컸다.
현대고 시절만 해도 윙어였던 그가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것도 유 감독의 권유 덕분이었다. 선수 시절 유 감독이 그랬듯, 설영우도 스승을 따라 멀티 플레이어의 길을 내디딘 것이다. 덕분에 설영우는 지난해 측면 수비수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나아가 데뷔 2년 만에 당당히 영플레이어상의 영예까지 안았으니, 유 감독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그 어느 때보다 컸을 그다.
울산현대 설영우가 지난 5일 대구FC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설영우는 올 시즌 K리그에서만 무려 31경기에 출전해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홍철과 김태환, 두 국가대표 베테랑 풀백들과 함께 울산의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양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그의 존재는 홍명보 감독의 전술 운용에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이 됐다. 덕분에 지난여름엔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받고 도쿄 올림픽 무대까지 나섰다.
이같은 활약은 올 시즌 23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영플레이어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이날 설영우는 K리그 11개 구단(울산 제외) 주장으로부터 7표, 감독으로부터 3표를 받았다. 미디어 투표에서는 118표 중 절반에 가까운 51표를 얻었다. 덕분에 그는 정상빈(19·수원삼성)과 엄원상(22·광주FC), 고영준(20·포항스틸러스)을 제치고 시상대에 올랐다.
설영우는 “이 자리까지 이끌어 준 홍명보 감독님께 감사하다. 코치진과 구단 직원들, 팬들, (이)청용이 형을 비롯한 동료들, 그리고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과 할머니께 감사하다”며 “그리고 하늘에서 보고 계실,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시자 영원한 스승님 유상철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대 위뿐만 아니라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설영우는 옛 스승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고스란히 전했다. 그는 “유상철 감독님께서도 이 자리에 참석하셨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며 “만약 감독님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잘 커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것 같다. 정말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2년 만에 K리그 최고의 신성으로 인정받은 제자가 옛 스승을 향해 바치는 수상 소감이었다.
7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진행된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울산현대 설영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