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울먹거리는 학부모에게…”사교육 안 시켜도 됩니다”
▲ 이대호가 1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한화와 경기에서 2회 홈런을 치고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아이가 야구를 하고 있는데, 사교육을 시킬 여건이 안 됩니다.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소년 야구선수를 키우는 한 학부형이 목소리를 울먹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이대호는 “어머님이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을 보니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3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열린 2019 유소년 야구 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유소년 야구선수 학부모 강좌에서 강연자로 나선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스타가 아닌 한국 학부모 중 한 명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추신수도 사교육 없이 컸다”며” “사교육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독, 코치가 있지 않느냐.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면 된다. 학부형 님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오랫동안 국제 대회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그리고 메이저리그까지 모두 거친 슈퍼스타다.
그러나 현재 정상에 서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대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었고 그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이대호가 “어렸을 때 난 돈이 없어서 야구하기가 어려웠다”고 유년 시절을 이야기하자 학부모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중학교 때부턴 이겨 내려고 하는 게 아니고 여기서 포기하면 지는 거다 생각했다. 친구들보다 잘하고 후배들보다 잘해야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을 13살 때부터 했다. 지는 게 싫어서 남들보다 운동을 많이 했고 연습을 많이 하는 게 나만의 재미였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6일 2020 KBO 신인드래프트에선 지원자 1078명 중 100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가 ‘바늘구멍’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야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은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다.
이대호는 “아이들이 사랑을 많이 받을 나이 아닌가. 야구장 나가면 경쟁해야 한다”며 “아이가 야구를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부모님 욕심에 운동을 시키면 그 선수는 즐거운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성공해라’ ‘야구 잘해라’ ‘오늘 왜 안타 못 쳤니’ 보단 어떻게 더 쉬게 하고 우리 아이가 더 즐겁게 야구를 할지 생각해 주는 게 100점짜리 부모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학부형이 “야구를 시작했는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방향을 잡아 줘야 하는가”라고 묻자 이대호는 “냉정하게 말하겠다. 확실히 해야 한다. 좋아해야 시켜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만둬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면 (새 시작이) 늦은 게 아니다”고 답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 주치의이자 오정본병원 최희준 원장이 이날 이대호와 함께 강연에 나섰다. 최 원장은 스트레칭, 휴식 방법 등을 언급하며 선수들이 올바르게 자라는 법을 설명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주최하고 ㈜HIC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2015년부터 개최됐다. 올해 5회 째를 맞았으며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대표적인 재능기부 및 사회공헌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매년 30여 명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참가하여 유소년들과 뜻깊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으며, 유소년들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선수들이 함께 시간을 내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는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여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