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선수 라건아, 국내선수 MVP 자격 없다
한국국적을 취득해 한국이름까지 얻은 라건아(30, 현대모비스)지만 국내선수 MVP는 받을 수 없다.
라건아는 지난해 특별귀화 전형을 통해 정식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기존 이름대신 한국이름 라건아로 개명신청도 했다. 라건아의 한국여권에는 ‘RA GUNA’라는 새로운 영문명이 새겨져 있다.
태극마크를 단 라건아는 2018 아시안게임 등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라건아가 골밑을 든든히 지켜준 덕분에 한국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10개 구단 추첨을 통해 현대모비스로 복귀한 라건아는 올 시즌 현대모비스의 독주체제를 이끌고 있다. 라건아는 평균 24.3점(5위), 14.4리바운드(1위), 1.7블록슛(1위)을 기록하며 각종 지표에서 최상위를 달리고 있다.
귀화선수 라건아와 문태종까지 가세한 현대모비스는 사실상 외국선수 네 명이 뛰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만 라건아는 KBL리그에서 국내선수가 아닌 외국선수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2,3쿼터에 라건아가 뛰면 외국선수를 한 명만 출전시킬 수 있다. 만약 라건아가 국내선수 신분으로 뛸 수 있었다면 라건아, 문태종, 쇼터, 아이라 클라크 네 명이 동시에 뛰는 장면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이 가까워지면서 궁금증도 있다. 유력한 MVP 후보 라건아에게 과연 국내선수 MVP를 줘야 할까. 아니면 외국선수 MVP를 줘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라건아는 국내선수 MVP 수상자격이 없다.
KBL 관계자는 “라건아는 귀화선수지만 KBL에서 다른 외국선수들과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외국선수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라건아는 국내선수가 아닌 외국선수 MVP를 받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아이러니가 있다. MVP는 보통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가장 잘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대모비스 1위의 가장 큰 공헌은 라건아가 한 것이 명백한 사실. 하지만 라건아는 국내선수 MVP를 받을 수 없다. 다른 현대모비스 선수들은 MVP를 받기에 공헌도가 떨어진다. 이들이 상을 받을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다.
라건아는 지난 2015년 올스타전에서도 당시 외국선수 신분이라는 이유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하고도 MVP를 받지 못했다. 29점, 23리바운드로 승리에 가장 결정적 공헌을 한 라건아 대신 16점, 6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선형이 상을 받았다. 경기 후 김선형은 “라틀리프에게 미안하다. 그 선수가 많이 도와줘서 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누가 봐도 KBL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인 라건아가 MVP를 받지 못하면 ‘가장 가치있는 선수’라는 MVP의 권위에도 흠집이 생길 수 있다. KBL 관계자는 “기존 외국선수상이 외국선수 MVP로 격상됐다. 외국선수 MVP도 국내선수 MVP와 동등한 권위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렇다고 명백히 한국국적이 있는 라건아에게만 예외를 적용해 외국선수 MVP를 주는 것은 분명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라건아는 이미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외국선수상을 수상했다. 귀화선수 중에서는 2014년 문태종이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