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게이트 감독, 새벽 1시까지 경기장 떠나지 못했던 이유
52년 만에 월드컵 결승을 꿈꿨던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늦은 시간까지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1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단독 보도로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스타디움에 오전 1시까지 남아 잉글랜드 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잉글랜드는 11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에서 1-2로 패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5분 만에 키에런 트리피어의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23분 이반 페리시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연장전으로 승부를 넘긴 잉글랜드는 결국 연장후반 4분 마리오 만주키치에게 역전골까지 내주며 역전패했다.
지난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 만에 준결승에 오른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이후 52년 만의 결승 진출을 꿈꿨다. 그러나 간절히 원하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영국 언론은 패배 이후 ‘비통하다’는 표현으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잉글랜드 축구팬이 비통에 잠겨있지만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해주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경기 종료 후에도 계속 그라운드에 남아 관중석에서 아쉬움을 지우지 못하는 팬들을 달랬던 것이다.
경기 종료 후 경기를 뛴 선수와 코치진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응원한 수 천의 잉글랜드 축구팬에게 다가가 감사함을 표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지인 및 가족들과 재회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온 선수들이 있었다. 키에런 트리피어, 존 스톤스, 제시 린가드, 마커스 래시퍼드 등은 그라운드 위로 다시 돌아왔다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팬들을 향해 박수로 고마움을 전했다.
다시 돌아온 선수 뒤로는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모습을 드러냈다. 잉글랜드 수장이 재차 모습을 드러내자 삼사자군단의 팬들은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럽다’를 연호했다. 사우드게이트 감독 역시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의 마음이 전달됐는지 축구 팬들은 20여분간 사우트게이트 감독을 향한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 덕분에 침울한 분위기 속에도 잉글랜드 팬들은 힘낼 수 있었다. 그들은 경기 종료 후 2시간이 지난 시점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크로아티아 축구팬까지 모두 경기장을 떠났지만 삼사자군단의 팬은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한편, 잉글랜드는 오는 14일 벨기에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3~4위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