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울산, 17년 만에 K리그 우승…2위 징크스 깼다

울산 현대의 승리로 90분간의 혈투가 종료되자 울산 선수들은 원정 경기장인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을 찾아 응원을 이어간 팬들을 향해 달려갔다. 선수들은 울산을 상징하는 푸른색의 깃발을 관중석에서 받아 힘차게 흔들었다. 울산 팬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홍명보 감독부터 선수 하나하나의 이름을 힘차게 외쳤다. 서로 어깨동무를 한 울산 팬들은 푸른 물결처럼 보였다.

울산의 한이 17년 만에 풀렸다. 울산은 16일 강원FC와 벌인 K리그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76(22승 10무 5패)으로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위 전북을 따돌리고 2005년 이후 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후반 20분 강원의 김대원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자 홍명보 감독은 ‘헝가리산 탱크’ 마틴 아담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고, 마틴 아담은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 29분 마틴 아담은 볼 경합 상황에서 머리로 공을 띄워 엄원상의 통렬한 발리슛 골을 도왔다. 11분 뒤엔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김기희의 헤딩을 몸으로 받아 역전골을 터뜨렸다. 울산 선수들은 마틴 아담에게 달려가 그를 감싸 안으며 축하해줬다.

울산 공격수 마틴 아담이 16일 경기에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마틴 아담은 이날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연합뉴스

◇3월부터 선두 달려…올해는 달랐다

울산은 지난 3년 연속 뒷심 부족으로 전북에 밀려 내리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9시즌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에서 울산은 포항 스틸러스와 맞붙어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가능했지만, 1대4로 패하면서 전북에게 우승을 내줬다. 2020년에도 최종전에서 전북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이듬해에도 전북에 승점 2가 모자랐다.

올해는 달랐다. 지난 3월 선두 자리를 탈환한 울산은 이후 단 한번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10월 들어도 8일 전북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등 3승 1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울산의 주장 이청용은 “전북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올 시즌 결과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명보 리더십

2017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지내던 홍명보 감독은 지난 시즌 울산 현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두 시즌 동안 한 끗 차이로 준우승에 머무르자 ‘특명’을 받으며 사령탑에 올랐다. 홍 감독은 시즌 막판에 미끄러지는 것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에 선수 개개인에게 ‘맞춤형 코칭’을 진행했다. 투지가 부족한 선수에겐 용기를 줬고, 자책을 많이 하는 선수에겐 칭찬을 건넸다. 또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선수 전체에게 시키면서 가까이 다가갔다.

선수들과의 소통 구조도 바꿨다. 코치진끼리 하던 회의를 주장 이청용을 비롯한 선수들 2~3명과 함께 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선수 모두와 하는 전체 회의 자리도 마련했다. 회의를 통해 선수들의 의견을 들었고, 이는 전술에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경기 후 마련된 홍 감독 기자회견 자리에 느닷없이 울산 선수들이 달려와 홍 감독에게 물을 뿌리며 축하했고, 홍 감독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홍 감독은 “물을 먹는 것보다 맞는 게 훨씬 좋다”며 웃었다. 이어 “징크스를 넘는 것,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큰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외인 4인방

울산의 우승에는 외국인 선수 4인방이 핵심에 있었다. 이동경, 이동준 등이 해외로 떠나며 텅 비었던 공격진 자리를 새로 합류한 아마노 준(31·일본)과 레오나르도(25·브라질)가 메웠다. 바코(29·조지아)는 중원과 측면에서 둘의 공격을 지원했다. 지난 8월엔 최전방 스트라이커 마틴 아담(28·헝가리)이 합류했다. 마틴 아담은 짧은 기간 안에 9개의 골을 기록하며 울산의 주포로 거듭났다. 넷은 훈련 전·후로 늘 붙어 다니며 힘든 타지 생활에서 서로에게 의지했다고 한다. 이런 유대감이 그라운드에서 찰떡 호흡으로 이어졌다.

K리그2(2부 리그)에선 대전하나시티즌이 15일 안산 그리너스와 벌인 최종 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하며 승점 74로 2위를 확정, 승강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따냈다. 대전은 K리그1 11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4위 부천FC와 5위 경남FC의 맞대결 승자가 3위 FC안양과 겨루고, 최종 승자가 1부 리그 10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앞서 우승을 확정한 광주FC는 자동으로 K리그1로 승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