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유니폼 찢고 “메시” 연호… 한국에 들불 붙인 유벤투스
한국 축구팬들이 뿔났다. 팀K리그와 친선경기에서 지각으로 킥오프를 57분이나 지연하고,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끝내 투입하지 않은 유벤투스는 결국 서울월드컵경기장의 6만5000여석을 가득 채운 관중의 함성을 야유로 바꿨다.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호날두 유니폼을 찢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연호했다.
팀K리그와 유벤투스는 26일 오후 8시57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된 친선경기에서 3대 3으로 비겼다. 당초 오후 8시로 약속됐던 킥오프 시간은 유벤투스 선수단의 지각으로 57분이나 지연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유벤투스 선수단이 교통체증으로 늦게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대부분 착석한 관중은 덥고 습한 날씨에 부채질로 땀을 말리며 1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전반전만 해도 관중은 유벤투스에 호의적이었다. 결국 시작된 경기에서 호날두는 선발 출전하지 않았지만 전광판에 틈틈이 나타났고, 관중은 그때마다 환호를 보내며 응원했다. 호날두의 활약상을 후반전에라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호날두는 후반전이 시작된 뒤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여전히 분홍·검은색 얼룩무늬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후보용 조끼를 걸친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전반전 내내 전광판에 호날두가 등장할 때마다 관중석에서 쏟아졌던 함성은 후반 15분부터 야유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5분 뒤, 전광판에 호날두가 다시 등장했을 때 터져 나온 야유는 그 대상을 더 분명하게 지목했다. 전광판에 나타난 호날두는 덤덤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관중은 후반 24분부터 일제히 “호날두”를 연호했다. 후보용 조끼를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나오라는 의미였다.
유벤투스는 다른 선수를 연달아 투입하면서 호날두를 끝내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후반 39분부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관중의 행렬이 생겼다. 급기야 경기 종료를 2분 남긴 후반 43분, 관중석 한쪽에서 누군가가 “메시”를 외치자 모두가 따라 연호했다. 호날두와 유벤투스를 향한 야유의 의미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관중은 가장 큰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시간은 오후 10시43분. 밤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축구팬들은 지하철과 버스를 서둘러 탑승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승용차를 가져온 팬도 마음이 쫓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축구팬들은 그러면서도 험한 말로 유벤투스와 호날두를 향한 분통을 터뜨렸다.
호날두의 이름과 등번호 7번이 새겨진 유벤투스 유니폼을 찢고 짓밟는 팬들도 있었다. 이 팬은 국민일보 기자 앞에 찢은 유니폼을 들어 보이며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얼마를 냈는데, 정말 너무한 게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3일 판매 개시 2시간30분 만에 매진된 이번 경기의 입장권은 프리미엄존이 25만~40만원, 1등석이 15만~30만원, 2등석이 7만~14만원, 3등석·휠체어석이 3만원에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