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싸웠다”…눈물과 감동 교차한 크로아티아
전쟁·내전 상처 딛고 ‘황금세대’ 주축으로 월드컵 준우승 성과
16일 선수단 귀국…총리 “업무 일찍 마치고 환영행사 가라” 직원들에 지시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순간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의 반 옐라치치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했다.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에 또다시 무릎 꿇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프랑스에 1대 2로 역전패하며 3위에 머물렀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한을 씻기에는 결승전까지 거듭된 연장 승부로 지쳐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왼쪽)와 골피커 다니엘 수바시치가 15일(현지시간) 월드컵 결승전 시작 직전 국가를 부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반 옐라치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커다란 크로아티아 국기로 서로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고 국기를 흔들며 실망감을 달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르코 일라코바치(59)는 “우리가 처음 두 골을 너무 쉽게 내주기는 했지만, 프랑스는 결정적인 순간에 더 낫다는 걸 보여줬다. 그래도 결승에 진출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고 우리는 우리 팀이 월드컵에서 이룬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지켜본 로베르트 젤리코(31)는 “무척이나 슬프다. 오늘도, 내일도 슬프겠지만 몇 주 뒤에는 우리 팀이 정말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스타 선수들이 중심이 된 ‘황금세대’가 포진하기는 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우승을 노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이어지면서 인구 417만의 작은 나라 선수들은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과 투지를 보이며 세계 축구 팬들을 감동하게 했다.
스페인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루카 모드리치는 이번 월드컵 대회 최고 선수로 선정돼 골든 볼을 받았다.
크로아티아는 1991년 독립을 선언하면서 3년간 내전과 전쟁을 치른 상흔이 곳곳 아직도 남아 있다. 모드리치도 어린 시절 전쟁을 피해 가족과 피란 생활을 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로 청년 실업률은 30%를 웃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는 축구로 하나가 되면서 독일과 멀리는 호주까지 흩어져 사는 이산가족까지도 하나로 묶는 감동을 보여주었다.
알렉산더 세페란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인구 400만 명의 나라가 월드컵 결승까지 온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자그레브 시내 광장을 가득 메운 크로아티아 국민
크로아티아는 16일 자그레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귀국을 환영하는 행사를 연다. 이날 행사에는 수천 명의 축구팬이 모여 선수들의 도착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직원들에게 일을 일찍 마치고 선수단 환영행사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환영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도시에서 자그레브로 오는 열차 승객들에게는 운임을 50% 할인해준다.
월드컵 기간 크로아티아에서는 텔레비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0% 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결승전을 앞두고 크로아티아 정부 내각은 축구 유니폼을 입고 회의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