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한국에서 수영하는 거 맞죠?” [광주세계수영]
21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계영 400m 예선에서 한국대표팀(황선우-장동혁-박선관-양재훈)이 경기가 끝난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에서 수영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은 ‘아웃라이어’에 가깝다. 세계의 벽은 높고, 수영에 대한 관심도 적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선수들에게도 낯설다. 신기하면서도 긴장되고, 떨리는 가운데 뿌듯하다. 무엇보다 거의 처음 느껴보는 열렬한 응원은 없던 힘을 생기게 한다.
박태환의 뒤를 이을 자유형 기대주로 평가받는 이호준(18·영훈고)은 21일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을 마친 뒤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3분51초89로 전체 22위에 올랐다. 지난 5월 대표선발전 기록인 3분50초48보다 뒤졌다. 세계규모의 대회가 국내에서 치러진다는 점이 큰 긴장을 가져왔다. 이호준은 “선수촌에 있을 때만 해도 남부대 수영장에서 열리는 대회니까 ‘국내 대회랑 비슷하겠지’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세계적 선수들이랑 같이 뛰다 보니 엄청 긴장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을 향한 응원소리도 대단했다. 이호준은 “응원 받으니 힘이 났다. 세계적인 선수들한테 초반부터 크게 뒤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초반에 따라붙었는데, 결국 나중에 뒤처졌다”고 말했다. 이전 국내 수영장에서는 느껴보기 힘든 분위기였다.
여자 수영의 기대주인 박예린(19·강원도청)도 이날 여자 접영 200m에 출전해 58초99로, 전체 52명 중 21위에 올라 준결승 진출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기 기록에도 조금 뒤졌지만 박예린은 “직전 나폴리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른 점을 고려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예린은 “사실 한국에서 과연 세계선수권대회 개최가 가능할까 의심했다. 걱정 많이 했는데 직접 와 보니 너무 놀랍다. 세계적 선수들과 함께 웜업 풀에서 연습하는데, ‘여기가 한국이야?’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단하다”라고 웃었다. 박예린은 “지난번 대회한 헝가리 부다페스트보다 더 좋다. 다른 나라 선수들 칭찬 들으니 내가 다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내내 ‘그들만의 경기’를 치르다 제대로 된 이벤트를 국내에서 경험하는 중이다. 바뀐 환경 뿐만 아니라 국내 대회, 팬들이 찾아와 해주는 응원은 더욱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대회 첫 날 계영 4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여자 계영 대표팀은 “응원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놀랐다. 울컥했다”면서 “관중석에서 응원해주신 한국 팬들 덕에 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힘차게 경기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