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UCL 선발 이강인, 상심하기에는 아직 18세이다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선발 무대가 생각만큼 잘 안 풀렸을 수 있다. 때문에 이강인은 속상한 듯 후드 티셔츠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하지만 이강인은 아직 18세에 불과한 소년이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발렌시아는 6일 오전 5시(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메스타야에서 열린 릴과의 2019-20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H조 4차전 홈경기에서 4-1 승리를 거뒀다.
이강인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은 지난 조별리그 3경기에서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선발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강인은 파레호, 콘도그비아와 함께 중원에 포진했다.
발렌시아 벤치는 전반 30분, 0-1로 뒤진 상황에서 체리셰프 대신 페란 토레스를 투입했다. 이로 인해 4-3-3 전형은 4-4-2로 바뀌었고, 이강인의 위치 역시 중앙에서 왼쪽 측면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이강인은 과감한 왼발 슈팅을 수차례 시도하며 득점 기회를 엿봤다. 전반 35분,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강인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에 막혔다. 전반 38분, 이강인이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 태클에 가로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강인은 중앙에서 공을 잡고 빌드업 기회를 엿봤다. 전반 45분 로드리고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기 전 최후방에서 공을 뿌려준 이는 이강인이었다. 결국 이강인은 후반 9분, 바예호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감했다. 팀이 뒤지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이강인은 전력질주해 터치라인을 빠져나왔다.
경기는 발렌시아의 4-1 대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릴은 후반 21분, VAR 판독으로 페널티킥이 주어진 뒤 실점하자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콘도그비아는 환상적인 슈팅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발렌시아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강인이 등장했다. 이강인은 모자를 뒤집어 쓴 채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장에 이강인을 마중 나온 이강인 관계자는 “오늘 경기 내용 때문에 스스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라 전했다.
표정에서 속상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강인은 아직 18세에 불과하다. 이번 시즌 이강인은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르며 구단 외국인 선수 최연소 UCL 출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제 발렌시아는 첼시, 아약스와의 일전을 남겨두고 있고, 결과에 따라 16강행이 결정된다. 리그도 중요한 경기들이 남아있다. 앞으로 뛸 수 있는 기회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