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선택에 달렸다… 이강인 ‘월드컵 운명’ 걸린 9월 대표팀 소집
벤투호와 황선홍호(U-23)가 다음 달 국내에서 소집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지만 평가전 일정을 고려하면 명단 발표나 소집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강인(21·마요르카)의 카타르 월드컵 운명이 결정될 시기이기도 하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내달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27일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각각 격돌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30·토트넘) 등 유럽파가 소집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평가전인데,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서 홈 2연전을 치른다.
비슷한 시기 황선홍(54)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도 2년 뒤 파리올림픽을 향한 본격적인 첫 출항에 나선다. 벤투호의 두 차례 평가전 일정 사이인 26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한 차례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대표팀 일정을 돌아보면 9월 12~13일 명단이 발표되고, 19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담금질에 나설 전망이다. 앞서 대한축구협회가 9월 중순으로 명단 발표 시점으로 예고한 황선홍호 역시 전반적으로 벤투호와 같거나 비슷하게 일정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레 파리올림픽 연령대(2001년 이후 출생) 선수들의 경우 9월 소집 기간 어느 감독의 부름을 받느냐, 정확히 말하면 벤투 감독의 선택을 먼저 받느냐에 따라 카타르 월드컵 운명도 좌우된다. 최근 스페인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던 이강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강인의 마지막 A매치로 남아 있는 지난해 3월 일본과의 평가전 당시 경기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이강인은 지난 2019년 3월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처음 A대표팀에 승선했다. 이후 6차례 A매치를 치렀는데, 지난해 3월 일본과의 원정 평가전을 끝으로 계속 외면을 받고 있다. 한일전 당시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제로톱’으로 기용했다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시켰는데, 그 경기가 이강인에겐 마지막 A매치로 남아 있다.
이같은 외면에도 이강인은 최근 스페인 마르카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출전은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이고, 나 역시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며 “월드컵 전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나에게도 월드컵 기회가 있을 것이다. 조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1년 넘게 벤투 감독의 외면을 받고 있긴 하지만 A대표팀 재승선, 나아가 월드컵 출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마침 이강인은 시즌 초반 소속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소속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선정한 유럽 5대 리그 주간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대표팀 명단 발표까지 시간이 더 남아 있지만 초반 기세를 이어간다면 벤투 감독으로부터 ‘마지막 기회’를 받을 수도 있다. 월드컵 엔트리가 23명에서 26명으로 확대된 것도 이강인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벤투 감독의 성향이다. 한 번 대표팀에서 제외했거나 그동안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선수들은 소속팀이나 리그에서의 활약을 떠나 웬만해선 부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9월 평가전이 월드컵 전 최종 모의고사라는 점에서 1년 넘게 부르지 않았던 이강인을 깜짝 발탁하기보다는, 경기력과는 별개로 최근 꾸준히 불렀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의 외면을 또 받으면, 이강인은 월드컵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준비하는 황선홍호에 ‘대신’ 소집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강인이 다음 달 어느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느냐에 따라 그의 카타르 월드컵 가능성도 크게 좌우되는 셈이다. 이강인의 월드컵 운명이 결정될 벤투 감독의 선택에 벌써부터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