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못 뛴 예진원 “정말 잘하는 선배들, 많이 보고 배워요”

키움 히어로즈는 포스트시즌에서 정해진 틀을 깨며 폭넓게 선수를 활용하고 있지만 2년차 외야수 예진원(20)은 예외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등록된 30명 중 29명이 출전했다. 뛰지 못한 1명이 예진원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14일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도 투수 9명과 야수 13명이 뛰었다. 미출전 선수로 분류된 최원태와 에릭 요키시를 빼면, 6명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벤치에만 있던 예진원의 가을야구 데뷔는 또 미뤄졌다.

 

그래도 스무 살 청년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없다. 그는 “프로 입문 후 나의 첫 가을야구다. 물론 나도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내 경기 출전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현재 내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대주자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에 맞춰 (호출을 받으면 언제든지 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영상기기를 통해서 봤던 키움의 포스트시즌이었다. 지난해 10월 콜롬비아에서 개최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23 야구월드컵에 참가했을 때도 키움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빠트리지 않았다.

옆에서 같이 직접 봤더니 ‘신세계’다. 예진원은 “TV로 보는 것과 확실히 다르다. (TV 시청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걸 느낀다. 뛰지 못해도 선배들이 하는 걸 보며 많이 배운다”라고 밝혔다.

승리의 기쁨도 짜릿했다. 키움은 14일 현재 포스트시즌 4승을 극적으로 땄다. 9회 이후 결승점을 뽑으며 이긴 게 3번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도 4시간51분 혈투 끝에 11회 3점을 따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예진원은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분위기가 다르더라. 팽팽한 긴장감에 뛰지 않아도 지칠 때가 있다. 매번 극적으로 이기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뛰든 안 뛰든 기쁜 마음은 같은 것 같다”라며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다”라고 전했다.

냉정히 말해 예진원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키움 외야진은 쟁쟁하다. 임병욱이 무릎 수술로 이탈했지만, 여전히 높은 벽이다.

2018년 신인 2차 2라운드 18순위로 지명된 예진원은 팀 내 촉망받는 유망주다. 그러나 1군 통산 7경기(1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2볼넷 3삼진) 출전에 그쳤다.

예진원은 “1군의 벽을 실감한다. 지난해부터 2군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선배들이 워낙 잘했다. (지금까지는) 실력 차를 인정한다”라면서 “그래도 2군에 있으면서 분명 기회가 올 것으로 믿고 열심히 했다. (터울이 적은) 형들도 ‘포스트시즌 경기에 뛸 수 있으니 준비를 잘하라’며 격려해준다”라고 이야기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예진원의 기용 여부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 감독은 예진원에 대해 “믿고 경기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아직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인데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회가 되면 대타로 쓸 생각이 있다. 박정음, 김규민의 컨디션이 안 좋다면 라인업에 넣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예진원은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다들 같은 마음이다. 어떻게라도 팀 우승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